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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특권층을 말한다 —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연대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연대한다

600억 소득 신고의 주인공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 ‘김영무’

‘꼭 이겨야하는 소송이라면 우리에게로 오라’ 고 홍보하는 법률 전문가 조직이 있다. 그들의 홈페이지에 가면 이런 내용과 함께 여러 언어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글로는 ‘金ㆍ張 법률사무소’ 라고 표기하고 영어로는 ‘KIM&CHANG’ 이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김앤장’ 이라고 부른다. 로마자 표기를 발음 나는 대로 한국어로 옮긴 재밌는 이름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기기 어려운 소송, 그러나 꼭 이겨야 하는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그건 분명 그 로펌의 대단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김앤장은 다른 로펌보다 많이 승소했고 그래서 남다른 명성을 쌓았다. 이제는 “김앤장이 나서면 안 되는 게 없다.” 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 정도다. 최근 김앤장이 맡은 대형사건들만 일별해 봐도 실감이 난다.

2007년 5월에 있었던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을 둘러싼 재판에서 김승연 회장의 변호를 맡은 것도 김앤장이다. 2006년 구속 수감되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변호도 맡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수할 때 법률자문을 했다. 진로그룹 대 골드만삭스 분쟁과 SK그룹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당시 양 소송 당사자를 모두 변호했다. 대북송금사건의 현대그룹 측 변호도 했다. 대선자금 수사 때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도 대리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변호했으며, 두산그룹 비자금 수사에서 박용성 전 회장도 변호했다.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을 통해 경영권을 불법으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변호를 맡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김앤장은 우리 사회 최대의 부와 재력을 자랑하는 재벌과 투기자본이 법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믿고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재벌 기업의 법무실이나 회사 중역들 중에는 김앤장 소속이 아닌 변호사들과 친분이 있고 또 그들이 김앤장 변호사들보다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들 역시 큰 사건이라면 모두 김앤장을 찾는다. 왜 그럴까? 만약 김앤장이 아닌 다른 곳에 맡겨 패소하면 상부에서는 “왜 김앤장에 맡기지 않았는가, 그러니 진 거지” 라고 질책한다. 다른 변호사에게 맡겨도 승소했을 사건을 김앤장에 맡겨 이기게 되면 “그것 봐라, 김앤장이니까 되잖아” 라고 한단다. 이런 구조라면 누구나 김앤장을 추천하게 된다. 고액의 수임료는 회사가 내는 것 아닌가, 확실히 김앤장은 하나의 성공 신화를 구축하고 있다. 그 신화 때문에 과다한 수임료가 오가고, 또 그 신화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이기려는 무리한 노력이 뒤따르게 된다. 어떠한 방법으로 김앤장이 최대의 법률사무소가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2006년 기준 김앤장의 매출액은 3600억 정도로 추산되며 이 중 김영무 대표는 1년에 600억 원, 하루에 1억 6천만 원을 벌었다.

그리고 그들은 ‘김앤장’ 으로 갔다

김앤장에는 많은 고위관료들이 퇴직 후에 일하고 있다. 김앤장에 의하면 이들 공무원은 먼저 자신들이 취업을 하고 싶다며 접촉해 온다고 한다. 이들의 출신 부서는 돈을 다루는 부처인 재무ㆍ세무ㆍ금융ㆍ공정위 등 경제 문야에 집중돼 있다.

재경부 출신의 대표적 인사는 이헌재다. 그는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다 김대중 정부 초대 금감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을 지낸 뒤 김앤장 고문으로 되돌아왔다. 그 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았다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퇴임한 후 다시 김앤장에 몸담았다. 김앤장은 그가 2006년 4월 고문직을 그만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간 김앤장에는 재경부 출신 공무원 9명이 일해 왔다.

국세청은 내국세의 징수와 관련된 일을 맡고 있고, 관세청은 관세를 담당한다. 세금 관련 부처는 어느 시대나 최대의 권력기관이다. 2003년 이후 국세청의 4급 이상 퇴직자 52명의 취업 현황을 보면, 로펌 취업자가 7명, 회계법인 취업자 4명, 세무법인 취업자 5명, 주류회사 등 주류관계회사와 단체 취업자 16명, 기타 일반 기업계 취업이 20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 출신들이 퇴직 후에도 다양하게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수치다.

또한 국세청은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며, 상명하복의 문화적 특징으로 구성원들의 결집력도 강하다. 이런 배타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이 조직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퇴직한 국세청 직원들뿐이다. 국세청은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가지고 로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국세청장을 비롯해 일선 실무자급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전직 국세청 공무원들이 포진함으로써 조세당국과의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고 양자 간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앤장에는 국세청 출신 22명, 관세청 출신 5명이 각각 고용되어 활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공직윤리법상 취업 제한 대상하는 임원 및 2급 이상 직원이다. 취업 제한 대상자가 아닌 경우 취업내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알려 줄 수도 없다고 말한다. 금감원 출신들의 김앤장 취업이 증가하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는 2006년인데, 이는 국회와 검찰에서 론스타 사건을 집중 조사하던 시기다. 또한 금감원이 검찰의 조사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취업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금감원의 태도는 김앤장이 이들을 스카웃한 목적과 관련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검사 정보를 독점하는 조직임을 감안하면, 이들을 스카웃한 김앤장의 의도는 금감원 내부 정보를 파악해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조사했던 금감원 조사 2국 소속직원이 퇴직 후 김앤장에 취업해서 실장이란 직함으로 이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과 함께 대책을 수립했다는 것이 밝혀져, 이와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특히 박정규 변호사의 경우 김앤장에서 근무를 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공직에 취임했고, 퇴직 후에는 다시 김앤장에 복귀했다. 청와대의 민정수석자리는 민심과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과 복무 동향을 점검하며, 비리 공직자를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핵심적인 위치다. 민정수석 아래에는 사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이 있다. 공직자의 모든 정보가 한 손에 들어온다. 로펌 근무자가 청와대를 떠날 때 머릿속에 이 정보를 모두 지우고 떠날까? 김앤장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공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사 출신 4명이 김앤장에 근부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처럼 김앤장에는 다양한 부처 공직자 출신들이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해 일하고 있다. 이들 퇴직 공무원이 로펌에 들어온 후 다시 공직에 돌아가지 못하면, 아마 이들이 갖는 파워는 절반으로 줄어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다시 공직으로 돌아가는데, 그것도 장관 등 고위직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퇴직 관료들 중에 ‘신전관예우’ 라고 비판받는 고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고문, 능력의 활용인가 로비의 통로인가

고문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어째서 법무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없애 버릴 정도로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로펌들은 고위관료 출신의 고문들이 오랫동안 국가 공무원을 하면서 축적한 전문 지식을 활용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도 지적했듯이, 학연과 고시 기수로 끈끈하게 얽혀 있는 공직 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비공식적인 로비창구로 활용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로펌들은 전문성과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고문을 두지만 사실은 사건 수임을 위해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폐해를 없애기 위한 규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고 폐지하는 것은 법무부가 대형 로펌의 힘에 휘둘린 모습이다.

고문들은 또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앤장의 사람들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기업에 포진해 있는 것은 이미 살펴보았다. 또한 이들은 정부의 법령작업에 참여하거나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외이사나 정부의 위원회에 참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업이나 부처의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은 곧장 사업의 아이템이 된다. 경제부처나 공정위ㆍ금융감독원ㆍ국세청 등 법률사무소의 업무 처리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거나 돈을 다루는 부처 출신이 유독 고문으로 재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이다.

이름

주요경력

고문료

비고

이헌재

부총리

42천만원

 

황재성

서울지방국세청장

69천만원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6

기획재정부 장관

전홍렬

재경부 근무

136천만원

2001~2003

이주석

서울지방국세청장

41천만원

 

한덕수

국무조정실장

1700만원

38대 국무총리

최병철

국제조세관리관

3200만원

 

전형수

서울지방국세청장

3400만원

 

최명해

재경부 국세심판원장

3500만원

 

김순배

금감원 신용감독국장

2300만원

 

김앤장의 문제점이나 고문의 폐해에 대한 많은 취재를 해 온 <한겨레> “김앤장의 힘은 돈보다는 자리에 대한 약속 또는 암시가 더욱 매력적이다. 어떤 고위 공무원한테 김앤장에 있는 전직 장ㆍ차관이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심심할 때 골프나 치자’ 고 한다. ‘너도 김앤장에 갈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거다. 그리고 어떤 사안을 부탁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 라고 말한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의 말을 보도하고 있다. 김앤장의 활동방식과 인맥관리 및 힘이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말이다.

회전문 인사, 공익과 사익의 충돌

앞서 우리는 앞에서 로펌에 있는 퇴직 공직자가 다시 공직에 돌아갈 수 없거나 그 길이 막혀 있다면 김앤장의 파워가 반감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로펌에 있던 퇴직 공무원들이 또다시 공직에 들어가는지, 들어간다면 어떤 직책으로 가는지 살펴보자. ‘회전문 인사’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민간에 있던 퇴직 공직자가 다시 공직에 취업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기업을 대변하는 압력 단체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미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전문용어다. 공직자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번갈아 오면서, 이전에 몸담은 적이 있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가 더 자주 사용되는데, 이것은 공무원들이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및 정부 산하 기관에 취업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회전문 인사라는 용어를 말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단순히 취업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양상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전문 인사는 이헌재 전 부총리의 경우다. 1969년 재무부에서 5급 공무원으로 시작한 후 재정금융심의관으로 있다가 1979년 퇴직했다. 퇴직 후 대우반도체와 기업금융정보센터를 거쳐 1998년부터는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 후 200년 1월부터 8월까지 재정경제부 장관을 하다가 퇴직했으나 2004년 2월부터 2005년 3월까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물론 그 사이 공백기간은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있었다. 그는 공직과 로펌의 회전문을 거치면서 ‘이헌재 사단’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헌재의 화려한 변신〉
재무부 -> 김앤장 -> 금감위원장/재경부장관 -> 김앤장 -> 경제부총리 -> 김앤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대표적인 회전문 인사다. 노태우 정권 때 상공부 장관, 김영삼 정권 때 주미대사, 경제부총리 등 공직에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한 전 총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다시 국무총리로 입성,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재취업하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고문으로 있었던 2002년 당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시기와 겹친다. 따라서 당시 김앤장에서의 역할에 대해 국회에서 논란이 있었다.

이렇게 공직에 취임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또 다른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것은 공직을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다. 잠시 공직을 떠났다가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고, 직급도 상위직에 오를 수 있다면 공직사회에서 이보다 강력한 것은 없다. 인사권을 가진 장관이 어느 날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온다고 생각하면, 담당자들이 로펌의 비위를 거슬러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자신에 대한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들이 정부 부처로 재취업한 경우 재경부와 금감원, 공정위 등 경제 권력을 가진 부처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김앤장의 힘과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직급

이름

최종직책

직급

이름

최종직책

검사장

김희선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법관

이임수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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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법부장

최정수

수원지법 성남지원장

이정수

대검 차장

김상근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최경원

법무부 차관

박순성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고등검사

김종국

청주지검 검사

배창훈

사법연수원 교수

박정규

서울동부지청 부장검사

정병문

수원지법 부장판사

오세현

서울지검 부장검사

주한일

청주지법 부장판사

유국현

대구고검 검사

한상호

수원지법 부장판사

이성규

부산고검 검사

홍석범

사법연수원 교수

조응천

수원지검 부장검사

황정근

대법원 재판연구원

최찬묵

서울지검 부장검사

판사급

박철희

서울북부지원 판사

현홍주

서울고검 검사

백제흠

서울지법 판사

검사급

구태언

대전지검 검사

변동열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박성수

서울서부지청 검사

서정걸

서울지법 판사

박태식

인천지검 검사

성창익

서울나부지원 판사

이승호

부산지검 검사

신필종

서울지법 판사

임재동

서울동부지청 검사

우관석

서울고법 판사

조준형

인천지검 검사

오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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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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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호

서울행정법원 판사

최성우

서울서부지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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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행

대구지검 검사

윤치삼

서울지법 판사

김봉주

서울중앙지검 검사

이능규

서울지법 판사

판사급

강상진

서울지법 판사

이백규

서울지법 판사

강현중

서울지법 판사

이상우

서울북부지법 판사

권오창

서울고법 판사

이옥래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권은민

서울행정법원 판사

이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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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서울북부지원 판사

김성진

서울행정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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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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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퇴직 판ㆍ검사 현황 (200610월 기준)

김앤장에 근무하는 퇴직 판ㆍ검사들

우리는 앞서 대법관들과 판ㆍ검사들이 대형 로펌으로 몰려가는 것이 고액의 보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들을 신흥 귀족이라고 이름붙였다. 법률 기술자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했다. 언론도 이를 두고 명예가 억대 월급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고액 보수라는 하나의 요인만으로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조건이 있기 마련이다.

김앤장은 전체 253명의 변호사 중 79명이 전직 판ㆍ검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이 법률회사에 인력을 공급하는 최대의 원천은 법원과 검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가 개인회사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들은 형사사건 분야에서 “법원과 검찰에서 10년 이상 실무경험을 가진 분들이 포진하여 더 바랄 수 없이 막강한 구성원을 갖추고 있으며, 경제사건 특수부 사건 수사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있어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는 홍보의 근거가 된다.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올까? 바로 최대 규모의 전직 판ㆍ검사들이 기수별로 모두 근무하고, 고시 동기나 연수원 동기 또는 같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상하 관계나 동료로 근무했던 촘촘한 그물망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김앤장을 찾는 고객들도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참조
장화식, 임종인, 『법률사무소 김앤장』, 후마니타스

“대법관은 ‘삼성굴비’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내가 법무실에 발령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실이 회장 비서실 산하 법무팀으로 개편됐다. 그런데 1998년에는 법무팀에 일거리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무료하기만 했다. 사육당하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때부터였다. 회사는 언젠가 한 번 잡아먹기 위해 내게 밥을 주고 있는 듯했다. 나더러 돈을 마음대로 쓰라고 하면서, 돈을 안 쓰면 일을 안 한 것이라고 했다. 검사들에게 돈을 뿌리고, 술과 여자를 접대하고 원하는 대로 해 주면서 마구 쓰라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나보고 망가지라는 얘기였다. 나는 법인카드를 가지고 친구들에게 밥사고 골프치고 휴가 때 숙박비를 대주는 등 인심을 쓰고 다녔다. 골프도 한 팀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팀을 초대하여 내가 일체의 경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곤 했다. 에버랜드 무료이용권이나 의류상품권을 현직 검사들에게 주기도 했다. 삼성에는 로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상품권이 있다. ‘의류시착권’ 이라고 부르는데 액면금이 겉에 표시돼 있지 않다. ‘의류시착권’ 의 액면금은 암호화돼 있으며 20만원부터 150만원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대법관에게 150만 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 당시 이학수(전 삼성 부회장)는 내가 직접 전달하라고 했다. 그게 예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운전기사를 대신 보냈다. 속으로는 ‘대법관이 설마 삼성이 보낸 굴비를 받겠느냐’ 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기사에게 들으니, 굴비 잘 먹겠다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받았다고 한다. 물론, 굴비를 받은 대법관은 그게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에게 고작 150만 원 짜리 뇌물을 보낼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저 사교 활동의 일부라고 여기고 넘겼을 게다. 하지만, 이처럼 무딘 태도가 큰 비리로 이어진다. 작은 향응과 선물에 길들여지면, 결국 뇌물도 받게 돼 있다.

삼성임원들이 고위층에게 골프 접대를 할 때면,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을 주로 이용했다.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의 내방객 명단은 특이했다. 여느 골프장은 함께 골프를 치는 팀 단위로 내방객 명단을 기록한다. 그런데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은 누가 누구와 골프를 치는지 알 수 없도록 명단이 작성됐다. 그리고 삼성 측은 이 명단을 매일 폐기한다고 했다. 2007년 국회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을 때,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임 총장이 부산고 1년 후배인 장충기 삼성 전략기획실 부사장(현 삼성 브랜드 관리위원장, 사장급)등 삼성 고위 임원들과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자주 골프를 쳤다는 제보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임 총장이 이런 의혹을 자신만만하게 부인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내방객이 누군지 알 수 없도록 돼 있는 이 골프장의 특징 때문이다.

“몇 천만 원 주는 걸 뭘 그리 겁내나”

삼성 법무실 시절, 김인주(前삼성 구조본부 재무팀장, 비자금책임자)가 내게 이런 마를 자주 했다. “몇 천만 원 주는 걸 무얼 그리 겁내느냐” 라고, “이삼천만 원 때문에 벌벌 떨지 말라” 고도 했다. 실제로 그들은 공직자에게 뇌물을 뿌리는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이건희, 이학수 등 조직 수뇌부가 자신을 신임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런 비밀스런 업무를 담당했던 자들은 능력이 없어도 계속 종용됐다. 잘못을 저질러도 어지간해서는 잘리지 않았다. 비리공범을 함부로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2009년 1월 발표된 삼성 고위직 인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질수록, 삼성 임직원들은 실적을 쌓기보다 로비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매출을 올리는 실적은 없으면서 로비에만 능한 임원들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결국 삼성으로서도 손해다. 물론, 사회 전체로 보면 더 큰 손해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 어느 분에게 삼성이 검사들에게 뿌리는 돈이 생각보다 적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국세청 직원에게 가는 돈은 ‘0’이 하나 더 붙는다.” 라고 했다. 2007년 양심고백 당시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사정과 맞물려 있다. 국세청 등 경제부처에 대한 불법 로비 규모가 검찰에 대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하지만 나는 국세청 등에 대한 로비 내역은 자세히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떡값검사’ 명단만 공개하면, 검찰만 비난받고 다른 국가기관은 단지 명단에서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로비 업무는 권력기관이나 언론을 상대하는 임원들만 하는 게 아니었다. 김인주, 최광해 등 재무팀 임원들도 로비 업무를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최광해는 경제부처에 자기 친구 및 선후배들이 많다는 것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경제부처 관료에 대한 로비를 지원했다. 대신, 그는 검찰 쪽에는 인맥이 별로 없었다. 그 때문에 나더러 검사들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했다. 그는 로비 요령도 뛰어났다. 골프시합을 하면서 일부러 돈을 잃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뇌물을 줄 때, 상대가 예상하고 있는 금액보다 조금 더 얹어줫 상대를 놀라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상대가 살짝 부담스러워 할 만큼”을 봉투에 넣는 게 요령이었다.

김인주가 나더러 검사들과 골프 모임을 주선하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골프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후배 검사와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골프장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김인주가 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거니, 그후배 검사에게 건네는 것을 봤다. 그 후배는 아무 말 없이 받아서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그 후배가 그렇게 쉽게 돈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 김인주에게 다가가 얼마를 줬냐고 물었더니, “삼백쯤” 이라고 대답했다.

부끄러운 짓도 몇 번 하다보면

삼성에서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다루는 뇌물의 규모도 커졌다. 그리고 상대하는 권력자의 지위도 높아졌다. 장관이나 주요 정치인은 주로 사장급 이나 돼야 상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높은 권력자에게 돈을 뿌리는 일은 구조본부 임원들 사이에서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공직자에게 돈을 한번 주면, 계속 줘야 한다. 공직자가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받기 시작하면, 그는 늪에 빠진 것이다. 돈을 주다가 안 주면, 받는 쪽에서 불쾌해 한ㄷ. 처음부터 안 준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많이 주다가 적게 줘도 마찬가지다.

삼성에서 일하면서 몸으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부끄러운 짓도 몇 번 하다보면 아무렇지 않아진다는 것, 부정한 돈을 받는 쪽이나 주는 쪽이나 마찬가지다. 돈을 주는 게 자신이 권력을 누리고 있는 증거라고 여기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돈을 받으면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한다. 자신이 받을 만한 위치에 있으니까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도 처음 돈을 받을 때는 망설였을게다.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돈을 받을 때부터는 이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주는 쪽 역시 권력을 돈으로 샀다는 느낌에 뿌듯해한다. 처음 돈을 건넬 때 느꼈던 가슴 떨림은 금세 잊혀진다.

공직자들이 삼성 수뇌부로부터 거리낌 없이 돈을 받ᄋᆞᆻ던 배경에는 “삼성 돈은 안전하다.” 라는 인식이 있었다. 받아도 탈이 없다는 게다. ‘관리의 삼성’ 이라는 말에서 엿보이는 치밀한 이미지가 뇌물을 받는 자들을 안심시켰다. 다른 이유도 있다. 설령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질다 공직에서 쫓겨나도 삼성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뇌물을 받아서 징계를 받은 것이 있는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간부를 삼성전자 감사로 뽑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나는 상장회사 감사 자리에 왜 부정한 사람을 쓰냐고 물었다. ‘감사야말로 청렴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찾아보면 깨끗한 사람도 많을 텐데 왜 굳이 독직한 사람을 쓰냐’ 하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내게 돌아온 해답은 “법률적 하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만 검토하라” 는 것이었다. 뇌물 받다 잘린 공직자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는 사실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삼성에서 이런 경우가 많았다. 국세청에서 뇌물 받다 잘린 사람들은 일부러 세묻리인으로 쓰곤 했다. 국세청 측이 이런 사람들을 세무대리인으로 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니까 공직자가 뇌물을 받으면서도 불안해할 이유가 없었다.


참고자료

김두식, 『헌법의 풍경』, 교양인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사회평론
장화식 임종인, 『법률사무소 김앤장』, 후마니타스